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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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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오르티아의 신전 - 영화

0-1. 떡밥하나 잘못 물었다가...일단 글을 뒤로 밀어내기 위해서 포스팅한다. 최근에 또 대형떡밥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신 슈타인호프님의 심정을 알듯도 하다. 그 분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키배를 뜨시는지...존경스럽기 그지없다(반어법 아니다. 진심이다. 난 슈타인호프님 글 좋아한다고...)

0-2. 미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중남미 여성 노동자의 유쾌한 반란을 그려낸 이 영화의 DVD 전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갑자기 내 쓰레기통 속으로 그 남자가 들어왔다...!"

......대체 이 3류 코미디 멜로영화같은 선전문구는 뭐지? 

1. 점점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하면 보통 흑백인들(...)만 득시글할거라는 상상을 하기 마련이지만, 히스패닉 인구가 미국 전체의 상당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특히 멕시코와 가까운 접경지대와 서부에는 길거리에서 (거짓말 보태서) 영어와 비슷한 비율로 스페인어가 들린다는 소문도. 19세기 서부개척이 한창일때 서부로 몰려왔던 것은 허여멀건 백인 카우보이뿐만 아니라, 칠레 등 중남미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전재산 다 털어서 배타고 넘어온 히스패닉들도 수두룩 했다. 게다가, 아직도 혼란스러운 중남미 지역에서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고. 이 영화는 그렇게 넘어온 불법입국자에 관한 나름대로 유쾌한 영화다.

2. 사실 영화의 내적구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평을 해주고 싶지 않은게, 너무 극적변동이 심하고 그것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 크다. 이 짧은 영화에(사실 110분이면 그렇게 짧은건 아니지만) 갈등구조만 지나치게 많이 만들다보니 그 충돌을 제대로 묘사하지도 못한 채 보내는 갈등들이 너무 많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어쨌든 그러하다. 영화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기가 참 힘들다는 이야기. 물론 난 나눠서 봤으니 뭐...-_-ㅋ

3. 그러나 영화의 메세지 자체는 참 중요하고도 통쾌하며, 동시에 절망적이다. 주인공인 마야는 멕시코에서 갓 넘어온 따끈따끈한
(?) 불법입국자. 멕시코, 불법입국, 어린, 게다가 여성이기까지하다. 사회적 약자의 거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듯한 주인공은 그러나 쾌활하고 장난하기 좋아하며 나름대로 즐겁게 산다. 특별히 그들을 대변해주는자 없이도. 그러나 어느날 백인 남성, 대학출신의 노조지도자인 샘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갈등과 괴로움의 연속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장미를 위해서 투쟁하지만, 그 삶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다. 인종, 성별, 나중에서는 가족 내에서의 갈등까지. 노동자라는 하나의 서발턴 내에서의 갈등이, 샘을 만나고 난 뒤로부터 계속해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노조라는 것이 이런것인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치요 투쟁 아니던가? 왜 그녀는 행복해 질 수 없는가? 영화는 시종일관 밝은 색조와 유쾌한 어투를 유지해가면서 이런 무겁고도 슬픈 질문을 던져댄다.

4. 에이전트와 에이전시의 문제.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스트인 가야트리 스피박이 지적했듯이 에이전트(대리인)은 반드시 그 자신을 정확하게 투영하지는 않는다. 노조운동을 지휘하는 샘은 마야를 이해하고 또 사랑하지만 완전한 그녀는 아니다. 그는 마야가 실제로 싸우는 내부의 갈등 - 가족인 로사와, 남성 동료인 ...(이름 까먹었다)와, 그리고 노조운동을 반대하는 러시아출신 여성과 -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도와주지 않는다. 그가 표현하는 수단 - 곧 에이전시 - 도 그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거나,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에이전트와 에이전시, 그리고 서발턴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관계구성을 영화는 전부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일부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화면 이곳 저곳에서 보인다.

5.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장미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피를 흘려야 한다. 그것이 점점 그들을 옥죄어오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의 상처이든, 그물망 안에서의 물고기들끼리의 부딪음을 통해서 생긴 상처이든 간에. 피야말로 그들을 표현하는 정수(髓)일 것이다. 영화는 서발턴들 사이의 연대의식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스토리의 매듭을 짓지만 - 누군가의 희생이 그들의 장미를 붉게 물들였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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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양웬리 2009/10/19 02:42 # 답글

    제일 많은 운동권들이 눈물 흘렸던 건 주인공의 언니가 "나는 몸팔아 너 먹여 살리는데 너는 노조질이냐!"며 절규했던 장면이었지...
  • Minerva 2009/10/19 18:53 #

    그 장면 정말 가슴을 울렸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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