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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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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아폴론의 신전 - 서적

"좋아. 매우 간단한 이야기지만 너의 영혼까지 닿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주지."

선배가 벽에 세워놓은 케이스에서 레스폴을 꺼냈다. 나는 벽을 뒤로 한 채, 스스륵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내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는 전에도 말했지? 기억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나는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랑을 하는 혁명가에게 공포마저 느낄 만큼, 끝 모를 인력을 느끼고 있다. 선배가 어깨에 매고 있는 칠흑색의 기타는 마치 피부에는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심장만을 도려내는 무기같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진심으로 이 세상을 혁명하려 하고 있어. 근대 자본주의 경제가 성립한 이후, 몇 천명이나 되는 패배자의 시체를 뱉어낸 전쟁에 최후의 혁명가로서 이 몸을 던질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선배는 책상에 걸터앉더니 윙크를 했다.

"그 혁명가들이 다들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좌우로 2밀리미터씩 고개를 젓는 것뿐이다.

"간단해. 그들은 다들 순서를 틀렸기 때문이야. 처음부터 혁명가라고 밝히면 안되는 거였어. 왜냐하면 투사라는 이름의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죽음이니까. 세계에 자신의 말을 전하려 할 때, 이미 재가 되어 있어서는 의미가 없잖아. 하지만-"

선배가 앰프에 잭을 꽃았다. 전원을 켜자 굵은 혈관이 투둑 파열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존 레논만은 달랐지. 역사상 가장 성공에 가까이 다가갔던 혁명가 존 레논은 혁명가이기 전에 음악가였어. 싸우기 전부터 세상은 그를 주목하고 있었어. 500년, 1000년 후에 미하일 바쿠닌이나 레온 트로츠키의 이름은 잊힐지언정, 존의 이름만은 남을 거야. 그 이유가 뭐냐, 본질적으로 언어만으로는 인간의 마음속까지 닿을 수 없기 때문이지. 진정으로 자기 말을 다른 사람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전하려면 방법은 단 두 개 뿐이야. 피를 흘리든지, 노래를 흘리든지, 둘 중 하나다."

선배가 레스폴의 픽업을 돌렸다. 화이트 노이즈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 속에 들어온 듯하다.

"혁명가들은 자기 목숨을 대가로 뜻을 전하려는 생각밖에 못했기 땨문에, 여명이 오기 전에 죽은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아. 목숨과 맞바꾼 대가가 두꺼운 인명사전 속의 한 페이지, 그 중에서도 고작 두, 세줄밖에 되지 않아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정말로 세계를 움직이고 싶다면 일단 노래하는 수밖에 없어. 노래가 나를 정상으로 데려가 줄 테지.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 거야. 밀랍 세공을 피부의 온기로 반죽하듯 이 세상을 바꾸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선배가 지금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
말이 아닌, 그 구석구석까지 스며드는 아품이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나도 결국엔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쓰러지겠지. 단 네 발의 총알에 쓰러진 존처럼. 설령 세계 정상에 서 있다 해도, 아니면 세계 정상에 서 있기 때문에 왕은 죽음과 악의에 한없이 약해. 하지만 내겐 딱 하나, 존에게는 없었던 유리한 점이 있어. 그게 뭐일거 같아?"

그건 이미 질문이 아니었다. 선배가 내 얼굴을 보면서 매혹적으로 입술을 적시며 숨을 쉬기 위한 시간일 뿐이었다.

"바로 성별이다. 나는 사랑을 하는 여자야. 알고 있겠지? 아이를 갖고, 새로운 생명을 품어 흉탄에서 지키고, 나의 모든 것을 주면서 키울 수 있어. 존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의 혁명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끝나고 말았어. 하지만 내 혁명은 그렇게 끝내지 않아. 이 목숨이 언제 끊어지건, 나의 아이는 새로운 세계의 여명을 이끌테지."

선배는 손을 기타 현 위에 올려놓고 천장을 바라보며 후우 숨을 내쉬었다. 괴괴한 냉기가 부실 안에서 응고한다. 그런 공기 속에서 선배가 갑자기 손가락을 세웠다. 오버드라이브로 희미하게 뒤틀린 레스폴의 따뜻한 소리. <라 마르세예즈>다. 프랑스 혁명을 피로 장식한 노래.

- 스기이 히카루, <안녕 피아노 소나타> 4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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