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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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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헤스티아의 신전 - 일상

0. 영화 <괴물>의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괴물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가 대형 TV로 나오는 순간에 누군가가 기침을 하고, 그 사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다. 사실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전염되는지 신체접촉으로 전염되는지조차 모르는데 그것이 인간을 의심 대상으로 삼게된다는 것을 풍자하는 장면이다. 진부하고 식상하지만 또 그만큼 의미전달이 쉬운 장면이기도 하다. 요즘 사람들은 신종플루가 유행한다고 해도 그 <괴물>의 등장인물들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1. 어제 만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신종플루 말이 나왔을때 누군가가 이것은 "안전불감증"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사람들은 지하철 등지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다니며 혹시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바이러스가 남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일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더라도 그건 아닐 것 같다. 남을 의심하기는 쉽지만 자기를 의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어제 만났던 사람들부터 의심하지 않겠는가. 호흡기로 전염된다니 호흡을 차단하면 걸리지 않으리라는 단순한 계산일 것이다.

2. 그 분은 한국인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이유가 쪽팔려서일거라고 말했다. 남들 다 안쓰고 다니는 마스크, 나만 쓰고 다니면 괜히 의심받거나 유난떤다거나 하는 등의 소리를 들을 거고,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는 위험한데 그깟 쪽팔림이 대수냐. 결국 자기보호 능력이 떨어지거나 지금 신종플루에 대한 위험도 인식이 낮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식이 없는거 아니냐 라는 말들이 나왔다. 사실 약국 등지에서 파는 하얀 마스크는 패션감각이라고는 이명박 제정신만큼도 없기 때문에 쓰고다니기 쪽팔리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머지 의견들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논거들이다.

3. 그런데 그 "안전"이라는 것이 꼭 의심을 통해서만 확보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슬프다. 물론 안전은 불안전한 상황을 전부 의심하는 것으로 확보될 수 있다.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불도 다시보자. 그런데 꼭 자면서도 불조심을 해야할까? 불조심 하느라 잠도 못자면 불타서 죽는거보다 나은점이 과연 뭐가 있는가? 불과 같은 위험성이 확실하게 증명되었고 현대 과학기술로 인해 불안전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야 의심해서 나쁠건 없다. 나도 내가 가스밸브를 잠궜는지 매일 집만 나서면 까먹는판에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 그렇게 비정상적일 것도 없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어떤가? 그 위험성은 얼마나 증명되었는가? 그 불안정전할 가능성은 과연 어떤가. 이러한 급작스런 의심의 풍조가 과연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4. 의심도 불감증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심을 하지 않게 마련이고, 매일같이 의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한다는 의지도 없이 의심을 한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씻는 행위가 그러하다. 안그래도 우리의 삶은 매일같은 의심으로 점철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일일이 인식하면서 주변 모든 것의 청결을 의심하는 행위를 우리는 일명 결벽증이라 부른다. 그러한 결벽증에 대해서 우리는 짜증낸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세균 안묻고 사람 안죽거든? 그러나 누군가는 정말 그것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가능성이 극도로 낮을 뿐이다.

5. 신종플루의 위험성은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전염률이 높은 편이고 사망률은 일반 독감보다 낮다는 것만 밝혀졌을 뿐이다. 마치 광우병과 같다. 광우병도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나 말고는 그 위험성과 불안전성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멍청하게 소고기를 들여왔고 그에 대해서 사람들은 맹비난했다.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의심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심이 생긴다.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100% 죽는가? 모른다.(아마도 아닐것이다) 앞의 사람의 기침을 맞으면 무조건 신종플루에 걸리는가? 모른다.(아마도 아닐 것이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아닐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미국 소고기때도 먹으면 100% 죽는다고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번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보인다. 이것은 내가보기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다. 광우병때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려는 의도로 100% 사망설을 유포한 것과 마찬가지다.

6. 물론 이명박 정부가 소고기를 들여온 것은 세상에 둘도 없을 멍청한 짓이다. 그의 행동 하나에 4800만이 영향받는다는 사실에서 그렇다. 하나의 집단을 책임지게 되고 자신의 영향력이 분명한 범위로 설정되었을때 그 영향력을 인식하고 최대한 의심하는 것은 올바른 일일 것이다. 신종플루 문제에서도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의심범위를 (국가에서) 넓히는 것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그렇다해도 군인들이 휴가를 나오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 군대 자체가 인권침해적 집단인데 더 뭐가 있을랴마는) 다만 그것이 나 개인의 영역과 불확실한 범위의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일 경우, 나의 행동과 나와 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행동을 일일이 의심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내가 기침을 해서 나에게 있었지만 발병하지 않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상황 자체가 좀 웃기긴 하지만) 남에게 전염되어서 0.6%의 확률로 그가 죽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고 자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가 손잡거나 만나거나 같이 술먹은 사람들에 대해서 모두 의심하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모두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누가 죽었다면 내가 옮긴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서 죽은것은 아닐까 매일같이 자책감에 빠져있어야 할 것이다. 웃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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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oname 2009/09/04 16:00 # 답글

    음, 근데 요새는 우리나라도 주변에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 종종 보이던데;;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쓰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이 그들에 비해 마스크를 덜 쓰고 다닌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쪽팔림 뭐 이런 게 아니라 정말로 신종플루에 대해서 '심각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일 듯.
    그 위험성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들 피부로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사소한 거라도 개인이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기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말이지.
  • Minerva 2009/09/07 00:19 #

    그게 바로 안전불감증이라는건데 ㅋㅋ 사람의 감이란 대단해서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은 금방 알아차리기 마련이지. 마치 지금 안전불감증을 호소하는 것이 국정원의 안보불감증 홍보와 겹쳐서 보이는 것은 왜일까.
  • 새벽 2009/09/04 22:16 # 답글

    <괴물>의 바이러스 얘기 하니까 얼마전에 다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보고 난 다음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질문. 한강의 백주대낮에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 괴물을 잡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한강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없다. 시민들은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데 다들 바이러스에 감염될 걱정만 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더 무서울까, 잡혀먹히는 게 더 두려울까? 미군 부대에서는 괴물에는 신경도 안 쓰고 바이러스 감염자만 찾아내려고 애를 쓴다. 그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데 한강에 ‘에이전트 옐로우’를 사용하여 괴물을 사살하려고 하자 환경단체에서는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먹건 말건 ‘에이전트 옐로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시위에만 몰두한다. 정말 그럴 수가 있을까?'

    링크...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4004&article_id=40622
  • Minerva 2009/09/07 00:27 #

    좋은 글이네...사람 잡아먹는건 신종플루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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