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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남이 되지못한 토이남의 슬픔 주전부리 - 일상사

시사IN 88호 - 남자의 귀환
                 - 초식남, 토이남, 육식남, 이게 다 뭐야?
                 - "남자, 니들이 고생이 많다"

0.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 있다. 군대 가기전에 제대로 연애 한 번 못해본 이 불쌍한 복학생은 군대에서 수백번의 연애 경험을 가진 선임에게 핀잔을 먹고는, 그 선임의 가르침아래 엄청난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쳐 '잘해보라'라는 말과 함께 하산하여 학교로 돌아와 연애의 기회를 노린다. 학교에는 이미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방긋방긋 얼굴을 내밀며 캠퍼스를 누리는 상황. 그는 선임의 가르침만을 믿고 자신감있게 여자 후배들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분명 수많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완벽하리라 여겨졌던 '전략'이 도저히 먹히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껄떡대는 선배' '연애에 굶주린 복학생' 등의 이미지로 찍혀버릴 위기에 처했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이 불쌍한 복학생을 보다못한 한 여자후배가 한 마디 건넨다. "선배, 그거 진짜 구닥다리인거 알아요? 요즘 마초는 인기 없어요."


1. 남자가 귀환한다. 사실 이 명제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던 한국 남자들이 그 자신감을 상실한건 IMF때인데, 이는 '한강의 기적'과 박정희의 관계와 비슷하다. '경제발전'이야말로 남자들의 자신감의 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송두리째 뿌리뽑히는 상황에서 남자는 자신감을 잃었고, 그것은 21세기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경제발전이 남자만의 공이라는 논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개숙인 남자'들의 자신감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끊임없는 레토릭으로 반복되었다.(물론 여기서의 '남자'는 많은 경우 가장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숫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고 페미니즘 이론이 가장 광범위하게 퍼진 학생사회에서도 이 레토릭은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그리고 2009년, 구준표의 등장과 함께 이 지겨운 레토릭이 다시 부활했다. 왜일까?

2. 사실 생각해보면, '개념'으로서의 마초는 사라져가고 있다. 남성 권위주의, 폭력적인 소통, 육체적 힘의 과시 등이 '매력'으로서 힘을 잃은지는 오래되었고(사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고), 자신이 마초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키는 남자들도 만만치않게 많이 생겼다.(물론 칭찬으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래서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을 돌린거지만.) 무엇보다 링크한 글들의 말대로, 여성들이 그런 '매력'을 매력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서 마초적 매력의 시장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제 꽃들고 집앞에서 며칠 죽치고 있으면, 신고한다니까? 그럼과 동시에 '소박함'을 매력으로 삼는 새로운 남자의 유형이 탄생했다. 그것이 위에서 말하는 초식남과 토이남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에 대한,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이성에 대한 관심 역시 묘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된다. 그리고 이런 초식남이나 토이남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질린 여성들이 '마초적 남성 매력'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윗 글들의 요지다.

3.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는 분명 애매한 부분들이 껄쩍지근하게 남아있다. 일단 '마초적 매력'은 불분명한 개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마초의 특성들 - 권위주의, 폭력적인 소통, 육체적 힘의 과시 -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매력'이다. 마초의 매력은 이제 글에서 강조하는 한 여자를 위한 순정, 여성을 위한 매너, (육체적 힘을 어느정도 포함한) 사회-경제적 힘의 보유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는 같은 속성이다. 결국 저런 매력은 마초 남성들의 '자신감'을 북돋기 마련인데, 자신감은 대부분의 경우(특히 남녀간의 1:1관계에서는!) 권위주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너를 위해서 이렇게 쏟고 있는데, 이렇게 잘난 나를 놔두고 다른 남자 보면 안돼! ...뭐 이런거. 글에서는 '경제가 힘들어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의존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말로 그렇다면 해방의 길은 멀고도 요원하다. 그것이 사회적 현상이자 인지상정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사고방식이 남자의 권력을 공고히 만든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 아닌가.

4. 그리고 더 치명적인 부분은, 자세히 살펴보면 마초남과 토이남은 결국 같은 종류의 '남성'이라는 것이다. 자기애가 강하다고? 마초야말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자기애의 화신 아니던가. 마초남의 '여성에 대한 애정'과 토이남의 '자기애'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결국 마초남의 애정이란 자기 스스로의 자존심에서 나오는, 일종의 소유권적 개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라면 적어도 저정도 여성 정도는...!" 이런 종류다. '애인이 있는' 수많은 마초남들이 모여서 '여성 등급'을 매기고 있는 꼬라지를 보자면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물론 '마초적 성격'을 가진 모든 남성의 사랑이 다 그런 거짓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든건 아니다. 다만, 현재 사회의 연애관계에서 남성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에는 분명 이런 속성이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 역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결론적으로, 토이남은 결국 '마초남이 되지 못한 낙오자들'이다. 위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초남에 비해서 토이남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은 적다. 돈도, 사회적인 힘도, 매너도 조금씩 덜 필요하다. 자기 존재와 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여성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서' 다른 방식으로 주저앉아버린 것이 우리 사회에서의 초식남이요, 토이남이다. 굳이 말을 바꾸자면, '고개숙인 아버지'의 20대 버전? 연애관계로만 해석하자면, 그렇다는거다.

6. 그러니 토이남이니, 육식남이니 해서 남성들의 범주를 구분할 필요가 굳이 없다. 이것은 지독하게도 권력관계적인 분류고, 결국 승자는 구준표다. 토이남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마초남의 매력을 다시 발견했네 어쩌고 하기전에도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속꽉남이 아닙니다)는 여성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구준표-윤지후의 대조는 이미 한기주-윤수혁이라는 선례가 있는 클리셰다. 육식남, 토이남의 분류는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권력관계적이며 이성애적인 '일부 시각'에서 바라본 비뚤어진 분류라고 결론 지을수밖에 없다. 모든 남자가, 당신들말대로, 연애를 위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일텐데, '마초가 되지 못한 토이남'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덧. 많은 '토이남'들을 위해서 변명 한 마디 하자면, 연애 그거 하기 싫어서 안하는거 아니다. 이성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동성친구랑 비슷해서 편하다고? 그런말 들으면 상처받는다.(실제로 뼈저리게 느낀 기억도 있지...) 말하기 힘들어서 그런거다. 말하면, 관계가 바뀌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을 하겠는가. 무작정 대쉬하는 마초들이야말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차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토이남들이 가지고 있는 애정은 대부분 작은 배려로부터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고백하는 토이남이 있다면, 나름대로 엄청난 용기를 낸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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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페이비언™ 2009/05/25 02:27 # 답글

    고백을 하면 그건 더 이상 토이남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렇다면 주저를 토이남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것. 아님 육식남? 초식남? 그것도 아니면 잡식남인가? 이건 좀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폭식남?

    ... 원래 유형 분류란 게 이렇게 자의적. 당장 우리 곁에 살아있는 반례가 당당히 존재하는 마당에.
  • Minerva 2009/05/25 02:31 #

    분류상 고백하는 순간 토이남에서 벗어나게되긴 하지만 어쨌든 토이남이 연애를 안하는건 아니니만큼 그것도 애매함.

    오오 주저...훌륭한 반례로군.
  • 나인테인 2009/05/25 09:40 # 답글

    여기서 왜 그 논쟁이..ㅋ 여튼 문득 글을 읽다보니 요즘 사람들은 어디서 사랑에 대한 학습을 할까 생각이 드네요. 답은 아마도 드라마(=_=) 일 것 같은데.. 형 말대로 토이남이 패배하는 도식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ㅋ
  • Minerva 2009/05/25 23:32 #

    토이남은 질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니깡.
  • Reset04 2009/05/25 14:13 # 답글

    이자식 들이 진짜.....
  • Minerva 2009/05/25 23:33 #

    여어 토이남
  • 코알라 2009/05/30 18:45 # 답글

    속꽉남에서 개 쳐웃고. 토이남이 뭐지 뭐지 마고마고 찾아봤어요.
  • Minerva 2009/05/30 18:53 #

    그거 웃으라고 걸어놓은건데 웃은거 니가 첨인듯(...) 토이남 위에 링크 걸어놨잖아 ㅋㅋ
  • 민성 2009/06/11 12:15 # 답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고백하는 토이남이 있다면, 나름대로 엄청난 용기를 낸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동감 500% ㅠㅠ
  • Minerva 2009/06/13 23:00 #

    반갑습니다^^ 토이남이 고백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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