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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을 향한 헛된 꿈 아테나의 신전 - 사유

미칠 것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 [1] - ozzyz님 블로그

1.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처참한 실패로 기억되는 작품은 <원더풀 데이즈>다. 두말없이 그 작품이 돈이 제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6년 개봉했던 대작 블록버스터 <괴물>의 제작비는 150억원이었다. 2003년에 개봉한 <원더풀 데이즈>의 제작비는 126억원이다. <괴물>은 1500만명이 봤고, <원더풀 데이즈>의 극장에는 30만명이 들었다. 이 대작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은 나름 뛰어난 영상미와 상당한 완성도의 영화음악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의 황당함과 스토리텔링 능력의 부재로 인해 완벽하게 패배했고, <망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원더풀 데이즈>의 실패를 씻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 사실 그 실패는 미리 예견되어 있었다. 국내 TV와 OVA시장을 거의 전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점령당한 한국에 남은 애니메이션 시장은 그나마 스크린쿼터의 영향을 받는 영화판 시장밖에 없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국내에서 연속 히트하면서 나름대로 고무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 토대는 하야오를 흉내내기엔 너무나도 미약했다. 일단 영화급의 시나리오를 써줄 시나리오 작가(또는 만화작가)의 부재, 그것을 짜임새있게 만들어낼 감독의 부재, 아직도 <영혼기병 라젠카>나 <녹색전차 해모수>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화면구성력 등 "경험"이 너무 일천했다. 무엇보다 하야오의 연속 히트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따윈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시각을 벗지 못하는 국내의 좁은 만화시장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하야오"라는 환상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되지도 않는 만화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개봉한다는 <오디션>의 티저영상은 도대체가 발전할줄 모르는 이 나라 애니메이션의 한심한 수준에 한숨만 나오게 만든다. 도대체 그렇게 깨졌으면 뭔가 배우는게 있어야 할 거 아닌가.

3. ozzyz님의 윗 글은 이러한 상황을 조장한 정부에 대해서 강력한 비판을 날림과 동시에 좀 더 넓은 시야를 제시하는 좋은 글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글로벌"의 헛된 꿈에 빠져있는 것은 애니메이션 시장만은 아니다. 마치 수출이야말로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던 박정희 대통령깨서 살아오신 듯이, "세계적인 문화" 만이 "진정한 문화"라고 다이렉트 링크되는 그 사고방식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다. 도대체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좋은 작품을 뽑는 자리에서 "국제적으로 통할만한"이라는 단어가 왜 심사기준이 되는 걸까. 문화제국주의와 알수없는 문화적 열등감과 변형된 민족주의의 잔재가 앙상블된 희안한 이데올로기 하에서 "진정한 한국 애니메이션"은 죽어가고 있다.

4. 고려대학교는 전통으로 이어오던 "민족고대"라는 별명 대신 "글로벌 고대"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세웠다. 서울대학교가 세계 100대 대학 순위안에 들었느냐 못들었느냐는 매년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제 토익점수는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었으며 서양, 아니 미국에서의 유학경험 유무는 사람의 계층을 가른다. 대한민국의 교수중 70% 이상이 미국박사 출신이라는 점은 이 나라가 글로벌 열풍을 통해 다가오는 문화 제국주의의 사슬에 스스로를 묶어버리고 있다는 핵심적인 증거다. 영어권 문화는 결코 글로벌이 아니다. 글로벌을 진정으로 글로벌이라 부르기 위해서는 글로벌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덧.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영화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걸코 크지않다. 단지 영화판이 세계적으로 공유-수출하기 쉬운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집중적인 영화판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인데, 세계 영화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거의 이명박 운하파는 수준의 헛된 꿈만 버리면 인터넷과 TV를 통해 넓게 퍼져있는 시리즈물 애니메이션의 넓은 시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올헤 <코드기어스>의 히트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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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krdml70 2008/09/20 23:34 # 삭제 답글

    글로벌 고대라는 이름을 내세우는것 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바로 교명을 KU로 바꿔버린것....
  • Minerva 2008/09/20 23:45 #

    어쨌든 영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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