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난 6개 부문의 루저가 되었다... - 쓰레기청소부님
0. 생활밀착 개그로 항상 웃음을 던져주는 빌어먹을 코갤 유저들에게 경의를!
1. '눈 뜨고 나니 루저가 되었다' 라는 말대로, 영문도 모르는 채 대한민국의 수많은 남성들이 루저가 되어있는 상황. 하지만 뭐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저 루저발언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ozzyz님의 말대로, 저런 말이 공중파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씁쓸할만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 코갤러들에게는 재미있는 떡밥이 하나 던져졌을 뿐이고. 보아하니 방송사에서 대본을 주었다는 그녀의 주장과 그런 대본을 준 적이 없다는 방송사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듯 한데, 사실 어느쪽의 발언이든 상대방이 그 발언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의미없는 싸움으로 보인다. 대본이라면 그녀 자신은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런 대본을 읊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분노하신 네티즌들의 격류를 생각하셨어야지. 네티즌들의 처벌은 여전히 가혹하고 무책임하지만 뭐 그건 여기서 다룰 주제는 아닌 것 같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에서 아주 흥미롭게 다루고 있던데.
2. 사실 그녀의 루저타령으로 인해서 루저가 된 사람이 진짜 루저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병헌은 루저인가? 탐 크루저(!)는? 그녀가 면상에 대고 빌 게이츠에게 (영어로) 루저라고 말해봤자 그가 루저가 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때 승리자들이다. 루저가 되기 위해서는 전장과 싸울 상대, 그리고 위너가 있어야 하는데, 그녀가 만들어 낸 것은 매우 협소하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전장이니만큼 거기에서 루저의 가치는 위너만큼이나 없다. (물론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3.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싸움은 실질적으로 위너가 없는 싸움이라는 점이다. 싸울 상대가 명확치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싸움도 있고 루저도 있지만 위너만 없다. 루저발언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쓰레기청소부님의 글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사실상 남녀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특정한 기준으로 루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그녀와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수많은 주변인들에게) 키, 학벌, 재산, 외모 등으로 평가, 재단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니 전장은 있는 셈인데, 우리는 누군가에게 패배하고 있지만 승자는 없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졌는지도 알 수 없게 우리 모두가 패배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에게 졌는가? 키 큰 남자에게?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후의 승리자는 하승진인가? 그건 아마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 발언을 날린 그녀에게 진 걸까? 아니다. 그녀 역시 그 발언을 날린 순간 외모지상주의라는 실체 없는 악령에게 패배한 루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실체 없는 무언가에게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게 스스로 루저가 되어가고 있다. 루저가 확실치 않은만큼 위너도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평가기준에 사로잡혀 자기 스스로를 루저로 만들어가는 세상은 참으로 끔찍하기 그지없다.
4. 특히 이 협소한 전장을 만들어 낸 그녀는 이 싸움에서 가장 큰 루저이다. 사실 여성들이 남성들의 외모기준에 더욱 천착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오히려 그런 기준에 더욱 강력하게 사로잡혀 있다는 역설 때문이다. 이미 코갤에서는 '슴가 드립'이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A컵과 B컵을 모두 루저라 지칭했다는 이 게시물은 사실 루저 드립이 아닐지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개념아닌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지나다니면서 손쉽게 '루저'로 만들었는가? 그녀들은 남성들이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성들이 끊임없이 재생산해온 것만은 확실한 이러한 루저의 그물에 걸려, 스스로를 더욱 더 루저로 만들어가면서, 남성들 역시 루저의 덫으로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남성을 직접적으로 외모로 평가하는 이러한 발언이 공중파에서 공공연히 등장했다는 사실, 남자가 외모로 여자를 평가하는 만큼 여자도 남자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할 일이다. 참 슬프게도 말이다.
5. 그러나 아직은 모두가 루저는 아니다. 사실 이 방송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루저발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한 대학생과 캐나다 여성과의 대담. "여성이 외모를 가꾸어 남성을 만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용을 남성이 대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말에 캐나다 여성이 "아니 여성이 무슨 몸을 파는 것도 아니고..."라고 대답한 것은 그 날 미수다의 하이라이트이자 한국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이라고 생각한다.('루저발언'의 주인공인 그녀와 독일 여성도 비슷한 의미의 말을 주고 받았다) 이러한 발언이 여성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여성이 아직 스스로를 남성에 대비해 루저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물론 그녀를 루저로 만든 것이 그녀의 능력을 정당하게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취업불평등의 구조가 굳건히 무너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러한 불평등 속에 살고 있는 여성 당사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은 현재 현실이 훨씬 암울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은 아직 남성이 위너고 여성이 루저이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이를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남성들은 이렇게 개념없는 여자가 어디 있냐며 이래서 여성이 안된다고 투덜대지만, 어차피 그네들도 김태희가 소개팅에서 밥사달라면 눈이 돌아가서 카드를 긁을 것 아니던가.(그저 못생긴 여자에게 밥사주기 싫다는 것 뿐이겠지) 적어도 여성 스스로 루저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한국 사회의 벽은 아직도 흔들릴 생각을 하지 않고...당연스레 여성들은 스스로를 루저로 몰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게 무엇보다 슬픈 일이다.
6. 간만에 미수다가 크게 떴다. 사실 미수다가 출범때부터 지금까지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지적받았고 사실 그런 문제가 아직도 충분히 남아있지만 '다른 세상의 상식'을 우리와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어보이고 특히 이번 루저 드립은 여러가지로 미수다의 의의를 잘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지않나 싶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루저가 없는 사회겠지만, 그게 힘들다하더라도 스스로를 루저로 몰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지지않고 살아가는 일, 지금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의식이 아닌가 싶다.
덧. 난 위너니까 괜찮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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